1. 며칠째 여기저기 선거 얘기만 하고 다녔더니, 이젠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똑같은 얘기들을 계속 반복한다는게 좀 우습기도 지루하기도 해서, 뉘앙스를 살짝살짝 바꾸어보기도 했지만, 피곤한건 매한가지. 오늘은 드디어 꽤 인지도 있는 필진(?)들에게서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신파스러운 글들이 등장하기까지 했는데, 역시 이쪽도 내 타입은 아니야 싶더라. '공작'이든 '선동'이든 다 좋은데, 감정으로 두리뭉실 호소하려들면 묘하게 반발심이 생긴다. 그렇다고 완벽한 논리를 내세우는 쪽도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닌 것같고.. '이래저래 나란 사람은 비뚤어졌나봐'라고 고백하니, P.는 그게 예술가들의 특징이라 해주더라. 하핫 ; 뭐야.
2. 작년 10월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너무 바쁜 나머지 미용실에 단 차례도 못갔다. 전체 기장은 비뚤비뚤, 샤워하다 혼자 잘라버린 앞머리는 코믹 그 자체.ㅋ 이번주에 드디어 모처럼 시간이 나, 정말이지 '큰 맘먹고', '분풀이하듯' 셋팅을 말았다. 근데, 어이없게도 컬이 거의 나오지 않아버린 것. 흑. 지금 머리카락들이 태어나서 파마약을 한번도 맛보지 못한 '처녀'같은 아이들임을 나도 미용사도 고려치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컬이 희미하냐면 파마한 다음날 출근했는데, 동료 직원들이 머리한 걸 눈치조차 못챌 정도였다.;; 아놔- 나는 항상 이런식인가. 뭘하든 늘 어설퍼. ㅋ
3. 드디어 여름방학용 강좌 스케쥴이 오픈되었는데, 단연 눈에 띄는건 문학강좌! 을유문화사 전집에 유독 집착하는 스타일주의자로서(읭?) 슈니츨러의 라이겐을 강좌 핑계로 꼼꼼히 읽을 기회다 싶어 아주 약간 신이 나있다. 더불어 '몽유병자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고, 이 기회에 책장 한구석에서 썩어가는 곰브리치 미술사도 펼쳐볼 수 있을테니 좋다. 좋아! 하지만, 문제는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 이 어마어마한 책을 과연 나같은 정신사나운 얘가 읽을 수 있을라나.
펼쳐두기..
4. 역시나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일은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워낙에 욕심많은 소심증 환자라 그런지, 일단 누군가가 유심히 볼 글이라 생각하면, 쉽게 쓸 글도 끙끙 싸매고 고심하게 된다. 그 바빴던 지난 몇 달간, 하다못해 블로그에 쪽글이라도 쓸 수 있었던건, 이 블로그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안들어왔기 때문이였을 수도.. 헌데, 자꾸 공개된 장소에 이름을 걸고 글을 써야하는 일이 늘어나니, 요새는 첫 문장 운을 떼는 일 조차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대운'의 해를 기념해 써보기로 결심한 편혜영/카프카 글은 심지어 아직까지도 전혀 구상조차 하지 못한 상태. 이러니 하롱베이고 싸파고, 여름 휴가를 가야겠다는 결심이 계속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어느쪽을 선택해도 후회할 것만 같아. 게다가 하루 4시간 수면 패턴이 장장 6개월간 계속되고 있으니, 체력도 바닥이 뭐야, 심연까지 다다른 상태고... 아유. 누군가 시간표라도 짜주었으면 좋겠다능. 아님 하루를 48시간으로 늘려주시던가..
5. 8월달에 예정된 국제워크샵을 위해 '타니가와 간'의 글들을 매주 읽는 중인데, 이 사람 글 정말이지 묘하다. 뿌연 글들을 이미지와 감각으로 읽는 것을 죄스럽게 여기는, 다분히 '논리적'인 사람들은 읽다가 미치겠다 싶을 정도. 그래도 문학 세미나를 꾸준히 해왔다하는 나 역시,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님의 침묵의 님은 국가 혹은 연인'등으로 도식화해 공부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오죽하겠어. 하지만, 레토릭으로만 글을 읽기 싫다는 입장에는 역시나 또다시 묘하게 반발감이 들어 참느라 혼났다. 시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오히려 쉬울텐데... 다른건 다 떠나, 이해고 나발이고, 죽기 전 이런 문장을 흉내라도 내볼수 있으려나 싶어져, 매주 가슴이 부글부글해진다.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 오늘 세미나 내내 머리 속에서 맴돌아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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