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월요일부터 회사 안에 건강검진 센터 부스가 들어섰다. 다들 오전부터 부지런하게 서둘러 검진을 받는 모양이던데, 나는 역시나 너무 귀찮아 하며 미루고 미루다 결국 검진 마지막 날인 오늘에야 다녀왔다. 그마저도 선택 검진인 무료 초음파는 귀찮아 패스해버린 상태. 왜 하필이면 몸이 이럴 때 건강 검진이 잡히냔 말이냐. (ㅜ) 나를 건강하게 해주려면, 일단 수면 시간을 좀 더 달라긔. 아님 밥을 좀 사주던가.
한가지 재밌는건, 키가 2년 전에 비해 자그만치 1센치 좀 안되게나 줄었다는 거. ㄷㄷ 명실공히 167대로 진입이다. 아무리 운동을 게을리했더라도, 키가 이렇게나 줄을 수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P.가 쬐그맣다고 놀리는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였어. 하하. 사무실에 들어와 키가 줄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하자, 사람들은 노화가 시작된 증거라고 했다. 흐음. 2년에 대강 0.5cm 씩 줄어드는 거라면, 도대체 몇 년이 지나야 나는 소멸되는 걸까?
차마 근육량은 두려워 재보지도 않았다. 몸무게는 꾸준히 줄고 있고, 허리둘레도 감소 중이다. 한마디로 나란 사람은 전체적으로 쪼그라드는 중. 어릴 때는 또래 중에서도 제일 컸던 탓에 쉽게 눈에 띄어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였는데, 확실히 요새는 그런 경험이 적은 걸 보니 눈에 띄지 않는 지극히 '평균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거다. 이게 비단 내 느낌만일까 싶었는데, 이렇게 수치화 된 숫자를 보니 역시 사실이였던 것. 잘하면 앞으로, 혹시 '찾아도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미래를 잠시 꿈꿔보았다.
이번 주말, 그리고 다음 주말이 지나면 나는 얼마나 더 작아지게 되려나? 이렇게 한 없이 작아지다보면, 언젠가는 앨리스처럼 작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문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그 조그만 출구를 찾을 수 있을만큼의 작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는, 어쩌면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훨씬 더 초라함이 수반 될지도 모르겠다. 점점 더 쪼그라들어 작아져버린 그때가 오면, 그래서 크고 당당한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수그려야만 할 때가 오면, 그 수그린 고개 밑으로 '작은' 그래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어야지. 그때 비로소, 내 발 끄트머리에 작은 출구가 보일지 모른다.
뭐 이런 식으로 서서히 소멸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멋진 삶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시 나는 커트코베인과는 달라서, 초라하게 고개를 수그린 채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다.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그냥 이렇게 비겁하고 초라하게 살련다. 그러다 어느날 먼지가 되어버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없어질 거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도 신경써줄 것 없는 삶을 살고 싶다. 흔적 없는 삶, 누구도 내가 왔다갔는지 모르는 삶. 역시 이런 꿈은 너무 '원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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