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이제 범람을 모른다
좌절한 좌파처럼 추억의 한때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내면 다스리는 자제력 갖게 된 이후
그의 표정은 늘 한결같다
그의 성난 울음 여러 번 세성을 크게 들었다
놓은 적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약발 떨어진 신화
그의 분노 이제 더이상 저 두껍고 높은
시멘트 둑 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권태의 얼굴을 하고 높낮이 없이
저렇듯 고요한 평상심, 일정한 보폭 옮기고 있다
누구도 그에게서 지혜를 읽지 않는다
손, 발톱 빠지고 부숭부숭 부은 얼굴
신음만 깊어가는, 우리에 갇힌 짐승 마주 대하며
늦은 밤 강변에 나온 불면의 사내
연민, 회한도 없이 가래 뱉고 침을 뱉는다
생활은 거듭 정직한 자를 울린다
어제의 광영 몇 줄 장식적 수사로 남아 있을 뿐
누구의 가슴 뛰게 하지 못한다 그 어떤 징후,
예감도 없이 강물은 흐르고 꿈도 없이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
찬란한 야경 품에 안은 강물은
저를 감추지 못하고
다만, 제도의 모범생 되어 순응의 시간을 흐르고 있다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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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저히 눈이 떠지질 않아, 10분을 넘게 침상에서 뭉개었다. 억지로 일어나 출근길에 올랐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회사 문 턱을 넘기가 힘들었다. 온 몸이 퉁퉁 부어, 손가락이 꽉 쥐어지지 않을 정도였기에, 결국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휴가를 내고 나와버렸다. 오후에 있는 세미나 역시 못가겠다고 메시지를 넣어놓고(이럴꺼면 어제 새벽까지 왜 셈나 준비를 한건지..) 귀가.
집은 여전히 엉망진창. 이제는 희미하게 쓰레기 냄새가 날 정도였다. 날이 제법 더워졌다 싶었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초파리(날파리?)가 한두마리 눈에 띈다. 작년에 데인것도 있고하니, 저 망할 놈들이 '사랑사랑'해 수백마리의 구더기들을 생산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한다. 주방에 쌓인 설겆이부터 시작, 내친 김에 냉장고도 정리했고, 기름때 쩔은 가스렌지도 청소했다. 그러다보니 오븐 청소도 하게되었고, 그릇들도 정리했으며, 결국 이불 빨래까지 모두 다 하고야 말았다. 중간중간 너무 힘들어 멍하게 쉬기를 반복하다보니, 자그만치 청소하는 데만 6시간이 소요됐다. (문제는 이러고도 다 못했다는 것이겠지.)
청소를 마치고, 뒷정리로 걸레를 빨아야하는데 걸어갈 힘도 없어, 기어갔다. ㅡ.ㅡ;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아무 것도 못먹은 상태. 장 볼 여력도 없어 냉장고를 뒤지니 도대체 언제 사놓은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욱이 냉동실에 한 봉지 남아있더라. 미소시루 국물에 아욱을 넣고, (역시나 언제 사놓은건지 모를) 녹차에 재어놓은 고등어 반마리를 구웠다. 아무리 혼자 먹는 밥이라도, 언제나 '제대로' 차려놓고 먹곤하던 나이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여력이 나질 않아, 상도 차리지 않은 채로 주방 바닥에 주저앉아 밥을 말아 먹었다. 하아- 진짜 구질구질하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새벽까지 책을 읽었고, 토요일에는 밤새워 숙직을 섰다. 일요일에도 하루종일 쏘다니다 집에 들어와 다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이러니 몸이 버텨날리 있나. 문수스님 추모식을 동영상으로 지켜보다 눈물이 고이긴 했지만, 몸이 이러하니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4대강 답사도 한 번 더 다녀오고 싶고, '디자인 올림픽에는..' 전시장도 다녀오고 싶지만, 역시나 몸이 문제다. 정해진 일정을 뒤쫓다보니 아무것도 못하는 것만 같고, 심지어 오늘처럼 뜻밖의 빈 시간을 얻어도 고작 밀린 청소만 하게 되는 생활. 이렇게 나이먹어간다는게 새삼스레 서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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