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맥주를 마시는 캄캄한 밤, 강원도 내륙 산간 지방에 내려진 폭설주의보
바람이 컴컴한 하늘을 끌고 내려와 민박집 처마 끝에 당도했을 때 나는 나타샤의 살결처럼 하얗게 피어날 폭설의 밤을 생각한다, 슬라브식 연애를 생각한다
나는 연애지상주의자, 지상에서 밤새도록 펼쳐질 슬라브식 연애를 생각한다
그러니까 폭설은 사흘 밤낮을 퍼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의 아리따운 그녀는 세상이 더러워 세상을 버리고 산골로 들어온 고독한 여인이어야 하는 것이다
흑흑, 흑맥주를 마시는 밤은 아주 캄캄하고 추워 지금 내 마음의 내륙에 내려진 폭설주의보
그러니까 그녀와 나는 폭설에 의해 고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추워 서로의 체온이 간절해져야 하는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체온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태양의 반대편으로 우리는 밤새 걸어가는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가 태양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한바탕의 꿈이라 했으니, 그녀와 나는 끝끝내 꿈속에서 깨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함께 흑맥주를 마시며 캄캄하게 계속 따스해져야하는 것이다, 천일 밤낮을 폭설이 내리든 말든 그녀와 나는 계속 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와 내가 스스로 태양을 피워 올릴 때까지, 그녀와 내가 스스로 진정한 사랑의 방식을 터득할 때까지, 그녀와 내가 스스로 슬라브식 연애를 완성시킬 때까지
태양의 반대편으로 우리는 밤새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가 태양이 되는 것이다
(유심 '09 1-2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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