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1일 목요일

우울한 거울1 / 황지우

 

  거울 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거울에 자주 나타난다,
  내가
 
  재떨이를 찾아 책상까지 갔다가 오면서도
  아, 내가 책상까지 갔다 오는구나, 생각한다
  책상 모서리에 몸이 스칠 때
  아, 내가 아직 여기 있구나 하는 생각,
  물로 채워진 어떤 덩어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가끔 죽은 사람 생각이 들곤 하는데
  말끝마다 씨발 하던 채광석이라는 자라든가
  구반포 치킨집 부서진 치킨 앞에서 술 취하면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부드럽게 부르던 김현 선생이라든가
  왜 그들의 音聲이 떠 있던 그 공간만이 생인가
  그들의 목소리, 표정들, 성격은 幻影인가
 
  턱 밑 털을 밀기 위해 추어올린 내 얼굴:
  비누 거품을 허옇게 쓴 나의 헛것,
 
이것, 아무것도 아닌데!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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