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처럼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을 혐오하는 사람 중 하나다. 남에게 좋은 소리를 잘 내뱉는 성격도 아니면서, 동시에 싫은 소리를 내뱉는 일을 최대한 삼가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당연히 타인에게 신경쓰게하는 것이 싫어, 아프다는 말. 도와달라는 말도 꺼내기 싫어한다. 누군가 나때문에 신경쓰거나 아파하는 일을 겪는 것은 진심으로 호러영화의 한장면만큼이나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어디 구석에 짱박혀 어느 누구하나 내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그보다는 나으리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인간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독하게 민폐를 끼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타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단 어떤 대단한 사고를 치는 일까지 아니더라도, 매순간 내뿜는 입김과 생존을 위해 반복하는 행위 모두 그 어떤 존재에겐 생존을 위협받을만큼 커다란 민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감정을 가다듬고 이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을 속이고 위로하자.> 매번 다짐해도 쉽지 않다. 나란 존재가 그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 알량한 나를 위해 그 많은 타자들에게 희생을 감내하라 강요할 수 있겠는가. 결국에는 싸구려 동정같은 생각들로 짐짓 안타까운 표정만 짓다 끝나버리고 말 내가 정말 구역질나게 미워지는게다.
이에 대해 누군가 사람이란 어차피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에 대해 죄송스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두려워만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었다. 하다못해 지하철을 타는 간단한 행위조차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인데, 우리는 자본. 즉 돈 몇푼을 쥐어주는 댓가로 그것이 민폐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타인에게 공짜로 대접받는 커피 한잔에는 그렇게나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하면서, 내 돈주고 사먹는 커피 한잔에. 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과정에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를 찾기는 힘든 것이 이를 절실히 증명한다. 어차피 끊임없는 민폐속에 살면서 민폐를 끼치는 일에 미안해하기 보다는 공평하게 모두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잊지 말자라는 맥락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 이 모든 민폐에 대해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저 <고맙습니다.>라고 내뱉고나면 나때문에 상처입은 그들은 과연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세상사는게 얼마나 쉬워질까.
아무리 고민해도 이러한 생각에는 역시나 자신이 없다. 이렇게나 커다란 민폐를 끼치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척 살아가고 있는 나를 혐오할 그 어떤 타인을 쳐다볼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는 것이다. 나 하나 살아보자고. 나 하나 행복해보자고. 저지른 이 모든 일들이 진심으로 무섭고 부끄럽다. 타자의 고통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이렇게 살겠다고 바둥거려야하는 운명이. 그 운명을 타고난 내 존재가 그들에게 미안해 어쩔줄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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