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수국과 작약의 계절 5월.
이 화려한 꽃세상때문에 숨이 터억 막힐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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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보니 담장 덩쿨마다 장미꽃들이 탐스럽게 피어있더라. 이 꽃들이 시들고나면 여름이 올 것이다. 꽃들이 시들어야 여름이 오는건지, 여름이 오면 꽃들이 시드는 것인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저 언젠간 장미들이 시들 것이며, 언젠간 여름이 올 것이라는 것만 알것 같다.)
(장미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활짝 피는 장미'와 '오므린채 피는 장미'로 말이다. 야생의 덩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미는 온 꽃잎을 벌리고 피지만, 꽃가게에서 재료로 쓰이는 것들은 그와는 달리 켜켜이 오므린 형태를 유지한 채 피고 진다. 꽃잎을 벌리며 피는 종들 보다 그렇지 않은 종들이 소위 '고급'으로 취급된다. 당연히 가격도 후자가 더욱 비싸고, 예쁘다는 칭찬도 더 많이 받는다.)
경찰서 담장 덩쿨에서 태어난 장미 '호제'는 애초부터 수줍은 듯 꽃잎을 오므린채 피어나는 장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필 수 없는 덩쿨 태생이기에 신분을 원망하기도, 체념해보기도 했다. 허나 길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품속에 안긴 장미 다발을 볼 때면 부아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누군가의 품속에 안겨 특별한 의미가 되고 싶었다. 그것만이 인생의 목적이자 존재의 이유로 생각되었다. 그럴려면 오므려 피는 장미가 되어야만 했다.
'호제'는 결국 꽃잎을 힘껏 다물고 오므려 피는 장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벌어져버린 몇개의 꽃잎은 과감히 몸을 흔들어 땅으로 떨어트렸다. 하루가 지날수록 그의 꽃잎들은 벌어지려 하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온 힘을 주어 몸을 오그렸다.
어느날 한 소녀가 담장을 지나다 '호제'를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유난히 수줍게 피어난듯한 장미가 마음에 들은 소녀는 이내 꽃송이를 '투욱-' 꺾었다. 소녀는 작은 코에 꽃송이를 갖다대기도 했고, 가는 손가락으로 꽃잎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해 '호제'의 꽃잎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만으로는 더이상 벌어지는 꽃잎들을 막을 수 없었다. 소녀는 헤프게 피어버린 '호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윽고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담장의 코너를 돌아 멀리 멀리 가버렸다.
출처: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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