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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낙동강 답사길에 오르며, 가장 오랜 시간 고민했던 건 다름아닌 시를 고르는 일이었다. 어디론가 떠나는 길에 골라들게 되는 시집은 정말이지 신중함을 요하는 일 중 하나인데, 자칫 엉뚱한 시를 집어들었다가는 여행을 멍하고 텅비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좋은 시는 여행의 기억을 통째로 좌지우지할만큼, 추억과 상념을 가다듬는데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여행 준비 내내 시만 고민하고 있을만큼 신중한 성격은 또 아닌지라, 대부분의 이러한 과정이란게 복불복의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아주 가끔은 기가 막히게, 여행 이후 운명을 결정지었다 싶을만큼 좋은 시를 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뭐 말 안해도 대부분 알 법한 그런거다.
유독 이번 여정은 시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떠나기로 결심한게 대략 출발 이주일 전부터이니, 그 시간 내내 다른 사전 준비는 어느 것 하나 하지 않은채, 시만 골랐던 셈. 결국 출발 당일 아침 골라든 시집은 느낌표 선정도서로 뽑힌 전국민용 모듬 시집 한 권이었다. 그 어느 것도 선뜻 고르지 못해 이같이 비굴한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몇 년만에 시집을 들춰보며 수록된 시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자니, 마법처럼 박재삼의 시가 눈에 띈다. 어랏, 이 시가 여기도 있었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H를 흔들어 깨워, '이것 봐, 이것 봐,'라며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읽어주었다. H는 '그게 뭐야'라며 다시 눈을 감는다. 참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를 알려달라고 조를 때는 언제고, 매번 읽어줄 때마다 이런식이다. 아뉘. 책장 한가득 있는 미래사 전집에서 제일 너덜너덜한 시집이 박재삼 시집인걸 몰랐단 말이냐. 쳇. 관심이 있긴 한거야아아?
해가 어스름히 져가던 병산서원 앞 강물 한켠에 서서, 추억처럼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되뇌이고 되뇌였다. 모르는 척해야할 얼굴이 생길 때면, 시뻘겋던 내 눈물을 대신해 울어주던 강. 그 앞에 서서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나. 그 강이 아프다고 소리죽여 외치고 있는데, 그 강을 위해 울어줄 이는 도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 사라질 쑥부쟁이도 안타깝고, 떼죽음당하다 못해 흙으로 덮여 은폐된 물고기도 안타깝지만, 내게는 그 어느 것에 앞서 망가지는 강과 흐르지 못할 강물이 안타깝다.
돌아와서는 일주일 내내 청탁받은 낙동강 답사후기문을 쓰느라 낑낑댔다. 대문자로서의 책과 글은 늘 그래왔듯, 절대 그 한스러운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 결국 구구절절 슬픔과 회환의 감정이 가득한, 지나칠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신파'스러운 글이 나와버렸다. 어디 보여주기도 쑥스러울 정도라, 이거 원, 가명으로 송고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했을 정도다. 에효, 그건 그렇다치고 앞으로 울 일이 생기면, 이제 나는 누구에게 내 울음을 부탁해야하나.. 강을 위한 눈물, 그 마저도 해질녘 낙동강에 녹아내리고 돌아온 여행, 그 후유증으로 온 몸 가득, 몸살을 앓듯, 아프고 서럽고 속상했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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