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일 금요일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 이성복

 

 

 사랑은 자기 반영과 자기 복제. 입은 비뚤어져도 바로 말하자. 내가 너

를 통해 사랑하는 건 내가 이미 알았고, 사랑했던 것들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해서, 시든 꽃과 딱딱한 빵과 더럽혀진 눈雪을 사랑할 수 없

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해서, 썩어가는 생선 비리내와 섬뜩한 청거북의

모가지를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은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할 뿐,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아장거리는 애기 청거북의 모가지가 제 어미에게

얼마나 예쁜지를 너는 알지 못한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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