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9월이면 뱅기표 가격이 떨어질 줄 알고, 그간 열씸히 베트남 북부 여행계획을 세워두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추석연휴 전까지는 성수기 요금 수준이다. 게다가 P.가 갑자기 8월 초로 휴가를 앞당겨 다녀오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비싼건 둘째치고 좌석도 거의 없는 상태. 물론 자리가 있다해도 항공료만 50만원을 지출하자니, 아무래도 이건 너무 아깝기도하고... 결국 가까운 근교(해외) 지역으로 가느냐 아니면 국내로 가느냐로 휴가 계획의 다이어그램은 또다시 처음으로 회귀.
모름지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가 여름 휴가 시즌 중 '극성수기'라 할 수 있으므로, 근교 항공요금을 별 기대없이 뒤져보았는데, 의외로 북경행 티켓 가격은 평소와 별 차이가 없더라. 왕징에 레지던스 하나 얻는다 해도 하루 200~250원이면 충분하므로, 다음달 초에 가기에는 확실히 북경이 가격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경이 별로 안땡긴다는데 있겠지. 이건 뭐. 하도 여러번 가서 그런가, 집에 있다가 광화문 사거리 나가는 느낌인거다. 혹여 정 북경으로 가게된다해도, '여행'이라기보다는 그저 '마실' 내지는 '이색 데이트' 쪽으로 컨셉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이건 뭐. 계획이랄 것도 없어. 오히려 개포동보다 더 친근한 동네이니 말 다했다. (그래도 막상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자 양꼬치 100개 먹고 배 두드리며 처웃고 오겠지. ㅎ)
두번째 계획안은 국내 남해안 따라 여행하는 코스로, 대략 목포에서 시작해 통영까지의 여정이다. 이건 애초에 베트남의 대안으로 고민하던 코스라, 각 지자체에서 받아놓은 지도나 안내서가 충분하기에 지금으로써는 별달리 준비할 게 없다. 게다가 중요한 일정은 대부분 P.와 상의해야하므로, 내가 혼자 정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이것 역시 결국 '여행'이라기보다는 '산책' 내지는 '이색 데이트' 정도의 컨셉이 되지 않을까. 적당히 맛있는 집들 찾아 배터지게 먹고 마시고, 좋은 것만 보며 실컷 웃다가 오면 되는거다. ㅎ
휴가 계획이 이렇듯 원점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더이상 치열하게 '계획'해야할 것이 없어지니, 사실 아주 약간 맥이 빠지긴 했다. 결국 휴가를 떠나기 전, 한 2~3일만이라도 혼자 어디로든 다녀오자고 '꾸역꾸역'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이틀째 본 휴가지 결정은 미뤄놓은 채로 이 짜투리 여행만을 구상했다. 제주 역시 비행기 자리가 없을게 뻔하므로, 일단 지금 생각같아서는, 추성에서 간단히 지리산 비선담까지만 올라갔다온 후 벽송사로 빠져 인월까지 둘레길을 걸을까 생각중인데...(당연하게도 중간에 있는 마을에 들려, 잠까지 자야하는 거다. 오옷!) 도무지 그 동네 시외버스 시스템은 예상이 안되는데다 거리 계산도 못하고 있으니 어질어질한 상태다. 그럼에도 역시나,(새로 산 45L 배낭을 이번 휴가에 못매겠다고 속상해하던 것은 어느새 잊어버린 채) 이번엔 트렉킹을 위한 팔토시(- 아. 이거 그동안 너무 사고 싶었어.)와 랜턴, 스틱들을 주문해놓았다. 아유. 언제나 이렇게 성급해서야...
여하튼 덕분에, 다음 주가 마감인 원고 기획안은 하나도 작성해놓지 않았다는 놀라운 소식! 하하. 내가 지금 웃는게 웃는게 아니람니다.
+ 둘레길 3구간은 풍경만 놓고보면, 싸파 저리가라 수준이구나. 움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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