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에 용수산에 올라 그대를 기다렸으나 그대는 오지 않고
강물만 동쪽에서 흘러와 어디론가 흘러갔습니다.
밤이 깊어 달빛 비친 강물에 배를 띄워 돌아와 보니,
정자 아래 고목나무가 하얗게 사람처럼 서있기에
나는 또 그대가 거기에 먼저 와 있는가 의심했었다오.
(창애에게 답함 / 연암집)
그러나 두세 사람만은 세상이 뭐라 하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제가 지닌 재능을 좋아하여 한정없이 제게 사랑을 베풉니다. 저를 찾아와 술을 마셔 취하고 제가 그들을 부르면 그들도 저를 찾습니다. 제가 시를 지으면 뒤따라 화답시를 짓는데, 작품 한 편 한 편이 빼어난 구슬이라서, 화제火齊와 목난木難이요, 장미와 산호지요. 제가 지닌 보물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면 그뿐이니 남이 인정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지요. 국풍國風을 친구쯤 여기고 이소離騷를 종으로 알면서, 위대한 문학을 하자 뻐기며 세상을 비좁게 여기지요. 어긋난 방법으로 벼슬하지 말자고 하며, 제게 어울리는 방법으로 몰아갑니다. 하늘이 부여한 성정대로 살다가 늙음을 맞이하렵니다. 권세나 이익을 위해 사귄 벗은 때가 되면 반드시 우정이 변질되지만, 제 우정은 변치 않아 바위인 듯 쇠인 듯 단단하지요. 마음이 맞는 벗에 흠뻑 취해 이 몸이 있는 줄도 모르지요. 잠자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을 지경입니다.
(나를 비난하는 자에게 / 고전산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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