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지 않는 겨울이 있었을까
그러나 지금 오는 저 봄을
피하고 싶어라 두려워라
봄이 봄이 밖에서 오면
병균이 먼저 풀리지
삿된 꿈만 앞다투어 깨어나지
아직은 아니야
꿈이 아직 익지 않은데
그대 아직 온단 말 없는데
아직은 아니야
봄이 밖에서 오면
욕망만 우북이 자라버리지
헛된 꿈만 앞다투어 피어나지
아직은 멀었어
더 쓰러져야 돼
안에서 부리로 쪼을 때까지
어둠에서 손짓해 부를 때까지
아직은 더 무너져야 해
저기 저 무너지고 있는 것 좀 보아
그런데 저기 저건 무어냐
아뿔사, 저 무성하게 피어난 것들은 안이냐 밖이냐
푸르게 흔들고 있는 나무야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꽃들아
(초심,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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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월요일, 회사에서 일주일간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니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여기까진 애교수준. 각자 월급에서 천안함 성금 모금액을 선공제의 방식으로 갹출하겠다는 공지가 발송되었다. 하지만 급여 공제란게 당사자의 동의없이 간단한게 처리되는게 아니란걸 간파했는지, 결국 기어이 내 지갑에서 현금 5천원을 직접 뺴가버리더라. 게다가 뭐? 그 돈으로 재단을 설립해 이자놀이를 하겠다고?
슬슬 심사가 뒤틀리다 못해 토악질이 올라온다. 물론 억지로 군대에 끌려간 것도 모잘라 생목숨을 빼앗긴 희생자들을 생각하고 있자면, 무척이나 안쓰럽고 울컥해진다. 하지만, 국가가 그리고 사회가 이렇게 획일적으로 개인들에게 '슬픔'이란 감정을 강제해도 되는건가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이래저래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의 속셈이 눈에 훤하고, 이 끔찍한 참사를 두고 지들 밥그릇 챙겨보겠다고 바득바득 북한이 범인이라 우겨대는 조중동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 평화의 댐 건설한답시고 코묻은 돈들까지 빼앗아가던 그 시절만큼이나 '악질'이고 '저질' 들이다.
내일이면 5월이다. 당장 1일에 있을 메이데이 행사부터 23일 노무현 서거 1주년, (6월) 2일 지방선거, 10일 6.10 항쟁 기념일까지 소위 쟁쟁한 행사들이 예고되어 있다. 어떻게든 민중들의 분노게이지를 낮춰 조용히 넘어가려고 이 사람들, 꼼수를 쓰고 있는 모양인데, '눈가리고 아웅'도 하루 이틀이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실 건가싶어지는 것. 서울시장 후보단일화하겠다고 발표하는걸 지켜보고있자니, 아무래도 니들은 니들끼리 팀킬로 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고... 여하튼 '그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의 분노게이지는 날이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이를 아주 '빠득빠득'갈게 된다.
한때의 나는 '일상에의 혁명'이란 단어를 하루에도 몇 번씩 곱씹고 다녔었다. 밥 한끼 먹는데 있어서도, 쇼핑 한 번 하는데 있어서도, 늘 이기적이고 혁명적이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다그치곤 했다. 일단 나 하나부터 변하면, 세상도 언젠가 변하겠지... 이명박이 어떻고, 신자유주의가 어떻고.. 백날 떠들고는 있는데, 막상 자신부터 신자유주의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이중적인 일상들이 쌓인 사회에서 어떻게 변혁이 그리고 혁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던 것.
밖으로부터 오는 봄은 병균과 욕망만 가득하고 삿되고 헛된 꿈을 꾸게한다. 안에서 피어나는 봄. 내가 기다리고 바라던 봄은, 안에서 쪼아대는 그런 봄이였다. 그런데 요새같아서는 급격히 이것 저것 다 떠나서 '일단 와라'로 바뀌고 있다. 어느날 문득 지천에 피어나는 들꽃들 마냥, 밖에서든 안에서든 일단 좀 구석구석 피어났으면 싶어졌다. 그만큼 상황들이 짜증나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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