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미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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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이 맘때면, 모교 생각에 유독 사무친다. 지금쯤이면 소명원에는 한창 철쭉들이 숨막히게 피어있을테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교실에서 뛰쳐나와 서로의 웃음을 훔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수녀님들은 5월이면 늘 열리곤하던 소명의 밤 행사로 분주해지실테며, 빛이 잘드는 열람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감독 선생님의 눈을 피한 어떤 아이는 귓 가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포티쉐드의 가사에 눈물 한방울 쯤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대학생 때 즐기던 낭만을 여고시절, 성질 급하게 대부분 소진해버린 내게 있어, 학교는 정말이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졸업즈음에는 '학교를 떠나기 싫다'라며 펑펑 우는 일도 잦았다. 평생을 이 학교에서 그림이나 그리고. 무용을 배우다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도 좋겠다 싶었다.
졸업 후 몇 년쯤 흘렀을 때일까. 명동성당을 지나다 마주친 전교조 투쟁에서 우연히 P선생님을 뵙게되었다. 입에 담기조차 쉽지않을 큰 고초를 겪으셨음에도, 울먹이는 내 손을 토닥거리며 미소를 지어주시던 선생님... 우연한 그 때 그 만남은, 내게 그렇게 멋지던 학교가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투쟁과 싸움의 장소였으며, 그토록 빛나던 내 학창 시절은 모두 그들의 땀과 피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려주었다.
입학 첫 날 첫 시간, 아무말 없이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칠판에 적어내리던 문학 수녀님, 에피쿠로스 학파를 가르치다말고 갑자기 통기타를 가져와 '바위처럼'을 불러주던 윤리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졸업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찬란하게 남아있다. 그 때 그 순간, 유난히 요란스럽게 삐걱거리던 마룻 바닥과 햇 살에 반짝이던 먼지들, 노오란 향기와 깔깔대던 우리들의 웃음 소리.. 한 낮의 꿈같이 달콤하던 그 때가, 사실 그들에겐 피눈물이 배어있는 한숨이었겠거니..라고 생각하니, 모자라고 철없던 그 때의 내가 밉고 속상하고 좀 그렇더라.
오늘 같은 날,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기어이 전교조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직까지도 내게 '전교조'라는 이름은 명동성당에서의 P쌤의 슬픈 미소를 떠올리게 하지만, 한켠으로 요즘 같은 시국에 전교조 명단에 끼어있지 않은 교사들은 조금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이 수많은 이름 속에 아직도 우리 선생님들이 계실까?
- 더이상 젊지 않다며 뒷 편에 물러나 계실 분들은 절대 아닌데..
- 성함이 없는 걸 보니, 그 때 이후 복직을 안하신 걸까?
하루종일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내 모교와 선생님들을 생각한 하루다. 더불어 이번 명단 공개로 당분간 성가시고 험한 말을 듣게 될 수많은 '젊은' 선생님들에게도 진심어린 '토닥토닥'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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