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슬러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꿈의 페달을 밟고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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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처럼 이글루스 블로그에 들어가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포스팅은 하나도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롯한 나만의 기록들에 녹아있는 그때의 일상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기분이 좀 '새춈매춈'해졌다. ;;
이 모든 것은 다 이명박때문이었다. 주말이면 광화문에 나가 촛불을 들고 몇시간이고 배회하던 내가, 촛불을 끄고 자리에 앉아 시작하게 된 건, 다름아닌 책 읽기. 지금와 돌이켜보면 우스울 정도로 '캐쥬얼'한 사회과학 서적들을, 말그대로 '낑낑'거리며 읽기 시작한 때도 그 맘 때였다. 매일 같이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간지와 주간지, 계간지들을 훑기 시작했고, 이건 뭐. 기호 마냥 도무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였던 들뢰즈나 라깡, 랑시에르 같은 이름들을 억지로 머리 속에 집어넣기도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데조차 정치ㆍ사회적으로 읽으려고 애를 썼고, 공부만이 현실의 부조리를 납득하게 할 유일한 통로라 생각해, 매달리고 또 매달렸다.
체력이 모조리 바닥난 요즘 같아서는, 하루하루가 마치 '최후의 전투' 같다고 느낄 만큼 꽉 찬 스케쥴에 허덕이고 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사실 제작년 그리고 작년의 하루들 역시 결코 만만치 않았던 거다. 극도로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던 건, 그때가 더했음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던 것. 어쩌면 지금 이렇게 지쳐버린건, 바닥난 체력이라기보단 바닥난 열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록, 부조리한 사회는 점점 더 거대해지는 것만 같고, 나는 갈수록 세상에서 제일가는 니힐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이러한 고통들은 앎과 성찰이 너무나 부족하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성장통일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려 보기도 하지만, 어느새 마음 속 한구석에 스물스물 번져나가는 냉소와 허무의 감정들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이토록 지친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일지 모른다.
언제쯤이면 삶과 사회, 모든 부조리에 대해 욕심을 내려놓고 관조할 수 있게 될런지... 과연 그날이 오기는 하는건지.. 요새들어 자주 초조해진다. 매트릭스의 기억을 지우는 알약이 지금 내 앞에 있다면, 꽤 유혹적이겠다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사람들은 이런 내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앎과 일상의 분리에 너무 죄책감을 느끼면 힘들어진다고'.. 충고하곤 하는데, 아아- 나라고 왜 둔해지고 싶지 않겠어요. 라며 짜증을 확 내버리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그만큼 절박한 문제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독하게 길어보이던 하루하루들이 모이고 난, 지금의 오늘 이 자리에서 가만히 돌이켜보니, 역시 '인생은 짧구나' 싶기도 한 것이다. 지금의 지리한 고민들 역시 몇 년 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늘같이 우스워보일 때가 있겠지.. 그날을 위해 오늘의 긴 하루를 견뎌내야한다. 이제껏 그래왔듯 '꾸역꾸역' 그리고 '뒹굴뒹굴'.. 버텨내다보면 무언가 보이는 날이 오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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