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집에는 (일간지 빼고) 자그만치 7개의 정기간행물이 배달된다. 모든 '정기구독'이란 게 다 그렇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봉투도 뜯지 않은 채 쌓아두는 일이 종종 있다. 잡지란 모름지기 시기를 놏치면 다시 펼쳐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쌓여가는 간행물들을 보다보다 못해, 결국 잔머리를 쓴다는게 화장실 앞에 미니 책장을 만들어보자였다. 그 본새가 썩 알흠답진 않았으나,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것들을 한군데 정리해놓고 나니, 확실히 중요한 순간(!)에 수시로 꺼내어 보기에는 아주 편리하다.
이렇게 그간 쌓여있던 잡지들을 훑다가, '인물과사상' 2월호에 실려있던 R 멤버의 글을 발견! 제목이 자그만치 "여행이 공정하다는 의미.." 이다. 내가 '공정'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갖게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찌질한 이유는 별개로 제쳐놓더라도...; 어쨌든. 그간 의문을 품었던 개념에 대해 이렇게나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가 여럿 있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본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들어가느냐에 촛점을 두는 일명 '착한 소비'는, 자본의 '이른바 시초축적' 즉 그 근원의 폭력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이라는 시뮬라시옹을 유지하게하는 환상일 뿐이다.> 따위의 우스꽝스러운 문장들을 끄적대면서 간만에 잡지 읽기에 푸욱 빠져보았다.
한때, 나는 세상의 모든 정기간행물들을 '갈아마시듯' 다 읽어버리고 싶다고 소망한 적이 있었다. 급하게 이것 저것 먹고싶은 것만 가득했던 내게 잡지, 간행물의 세계란 한꺼번에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뷔페 같았던 것. 새삼스레 그때 온갖 글을 정성들여 읽던 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슬그머니 나온다. 오늘은 모처럼 얼른 집에 들어가 남은 책들 정리나 좀 하다가, 밀려있는 르몽드들과 놀아야쥐. 암. 사람이 쉴 때도 필요한 거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