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3일 수요일

잡담

1. 굳게 결심했던대로 오늘은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와, 청소를 시작했다. 작년 9월에 사다놓은 파 한무더기를 오늘에서야 쓰레기 봉지에 넣을 수 있었다. 바짝 말라 속이 텅빈 그것들을 드디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후련한 마음 한켠으로 애잔함이 피어오르더라. 사는게 다 그렇지 뭐. 김선우의 시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조차 여러갈래의 바람을 가지고 있는 건데, 나라고 별 수 있겠나. 어쨌든 '깨끗하게'란 표현은 양심상 차마 쓰지 못하겠고. '적당하게' 집안의 잡동사니들을 비워냈다. 그 언젠가 네바강에 가게되면 고이 묻어두리라 다짐했던 이런 저런 물건들을 다시 원 위치에 두며, 제프버클리 같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2. 블로그 메인 사진을 엊그제 샤를로뜨에서 조제로 바꾸며, 당연하다는 듯 '한달후, 일년후'를 들춰보았다. 조제와 사강은 어째 그 연상의 순서가 항상 이런 식으로 뒤바뀌기 마련. 역시나 운동이미지의 힘은 위대한 것일까? 지난 주에는 오랫만에 전혜린 에쎄이를 후루룩 훑다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되뇌였다. 이건 서사의 힘이라 해야하는 건가? 내 비루함은 항상 이런 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3. '들뢰즈와 예술'의 '해석비판과 기계'장은 의외로 쉽게 읽어버렸다. 게다가 재밌기까지 했다! 참지 못하고 조급하게 징징댄게 아닌가 싶어 조금 부끄러워졌다. 무언가 적응한다는 것은 이런 식으로 고통을 수반하는 것일텐데... 섣불리 뭐가 어떻다라고 이야기하는 나쁜 버릇을 이 나이 먹도록 고치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쓸까잉. 여하튼 덕분에 오늘은 1시 이전에 침대로 들어갈 수 있겠다. 매우 신난다.

 

4. 그나저나 샤를로뜨는 왜 저리 예쁜걸까? 너무 예뻐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날이 따뜻해지면 '바바리코트'만 입고다녀야지. 프렌치 시크란 역시 너무나 우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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