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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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3월이라고는 하루+a.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까지 한 낮에도 날씨가 제법 쌀쌀한지라, 겨울 외투조차 벗지 못하는 처지지만... 길에서 고개를 '뽁뽁' 내밀고 있는 용기있는 꽃망울들을 보고 있자니, 3월임이 이제야 실감나더라. 3월은 모름지기 떨림과 설레임의 달이다.
하지만, 같은 봄이라도 4월은 좀 다르다. 엘리어트의 싯귀만큼이나 잔인한 달... 잠든 뿌리를 억지로 깨워, 추억과 욕정을 뒤섞게 만드는 달이다. 5월의 연두는 상쾌하기라도 하지.. 4월에는 온통 뜨겁고 건조한 바람 뿐이다. 때문에 나처럼 정념에 약한 종자는 바짝바짝 마르다가 바스러지기 일쑤다.
올해는 또 얼마나 유난스레 '봄앓이'를 하게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온갖 상념들에 뒤숭숭해질테고, 감기도 두어번쯤 걸리게 될 것이다. 붏게 충혈된 눈으로 봄볕을 보게 될 테고, 작은 사고들로 다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겠지...
사는게 뭐 이리 쳇바퀴마냥 똑같은게냐. (쳇.)
레인 스탤리도, 커트 코베인도 떠난 달... 어느새 4월이다. 4월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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