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일 화요일

오래된 정원 / 장석남

 

 

나는 오래 된 정원을 하나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아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위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 위에

펼치던 것 나는 내

가슴을 숨어서 보곤 했지 왜그랬을까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새보다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했어

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로 없이 뜨곤 했지

내가 저 별을 보기까지

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

물방울이 맺힌 걸 보면

물방울 속에서 많은 얼굴들이 보였어

빛들은 물방울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 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내 오래된 정원은 침묵에 싸여

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 뿐이지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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