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3일 화요일

카프카 읽기 '성'

 

 

 지지난주부터, 그러니까 근 2주째 끼고 살았던 카프카의 '성'을 드디어 덮었다. 에효. 이주일 내내 카프카의 문장들은 다분히 시詩적이라고 읊고다녔는데, 이게 사실 결코 빈 말만은 아니었던 것.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뿌옇고 나른한 소설이다. 작품 자체가 지루하거나 어렵다기보다는,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는 일이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다. 책만 펼쳤다하면 온통 좀이 쑤시는 통에,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분량임에도 제대로 낑낑댔다.

 

 하지만, 카프카의 '성'은 텍스트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워낙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라, 평론가들 입장에선 참 좋아할만한 소설이겠다 싶더라. 오죽하면 미국의 한 비평가는 카프카의 작품은 '집단적으로 폭행당하고 있다'고 한탄했겠나. 라캉의 기표와 기의, 근대성의 뒤틈, 관료제에의 비판, 프로이드식 정신분석까지...(들뢰즈는 건드리고 싶지도 않아.ㅜ) 기존의 수 없이 많은 해석들이 작품을 감싸고 있는지라, 오히려 이 것들때문에 작품 자체에 몰입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것이 말그대로 주객전도겠지. 소설은 모름지기 소설로써 읽어야하는건데, 이래서야 이게 소설인지 철학책인지 구분이 가겠나.

 

 게다가 지난주 수욜부터 시작된 카프카 읽기 세미나의 압박 역시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카프카라고는 '해변의 카프카' 밖에 모르던 내게 이 세미나는 확실히 무리였던 것. 흑. 지난주 세미나 발제문을 작성하고 난 후부터는, 정말이지 당분간 아무것도 '쓰고싶지않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지쳐버렸다. 고전이고 나발이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재미있는 인스턴트류의 소설들이 읽고 싶어진다. 왜 같은 사랑 타령이라도, 매일같이 패티스미스나 듣다보면, 어느날 문득 이소라같은 가요들이 땡길때도 있지 않은가. 요즘들어 특히나, 영화고 음악이고를 떠나 심각하고 무게감있는 것들에는 지레 지쳐 손이 가지 않는 건, 다 카프카와 들뢰즈 때문이다. 흥.

 

 어찌어찌 '성'을 간신히 읽어놓았지만, 다음 차례인 '실종자'는 도무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이래서야 책장에 꽂혀있는 카프카 전집. 언제 다 해결하냔말이다! ㅜ 일단 오늘 밤은 이승우 단편만 하나 더 읽고,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아유- 세미나는 또 어찌하나. 이미 첫시간에 밑천 다 까발려놨는데, 아주 그냥 돌 것같은 저녁이다.

 

 

 

ps. 이렇게 써놓고, 아래 영상을 무한 리플레잉중인건 또 뭘까. (쳇. 오늘도 일찍 자긴 다 틀렸군..)

 

+ 이렇게 써놨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최악은 아닙니다..ㅋ 분명한 건, 카프카를 읽는다는 일 자체가 보람있다고 느껴질만큼, 훌륭한 텍스트임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부디 언제든 연락주시랍... 굽신굽신. 새 멤버는 언제든지 환영인게지요. (http://nomadist.org/xe/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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