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일 수요일

내 집 / 마종기

 

 

물고기의 집은 물,

새들의 집은 하늘,

내 집은 땅, 혹은 빈 배.

 

물고기는 강물 소리에 잠들고

새들은 달무리에서 잠들고

나는 땅이 식는 몸서리에 잠든다.

 

평생 눈 감지 못하는 물고기는

꿈속에서 두 눈 감고 깊이 잠들고

잠자는 새들의 꿈은 나무에 떨어져

달 없는 한밤에 잠든 나무를 깨운다.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내 집은 땅의 귀,

모든 소리가 모여서 노는

내 집은 땅의 땀,

물속에 녹아 있는

소금과 번민과 기쁨과 열 받기.

행복한 상징의 속살을 지나고

긴 산책에서 돌아오는

 

내 집은 땅, 지상의 배.

저항하는 지상의 파도에 흔들리는

내 집은 위험한 고기잡이배.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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