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8일 월요일

가여운 책

 

 

 오늘로서 드디어 러시아 낭만주의 셈나도 끝! 이로써 온전히 '프리'한 주말을 되찾은 셈이다. 사실 너무나 유혹적인 텍스트들이였기에 분명히 즐겁긴했으나, 역시 주말에 공부하는 일은 쉽지 않더라. 이상하게 도스토예프스키도 그렇고, 낭만주의도 그렇고... 러시아문학은 왜 매번 주말에만 세미나 일정이 잡히는 지 몰라. 흑.

 

 어쩌다보니, 우연히 바흐친으로 시작해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푸쉬킨, 레르몬토프까지 읽게 되었고.. 올해는 체호프 기념해이기도 하다니,앞으로 러시아문학은 체호프, 투르게네프 정도까지 더 읽게될 것 같다.

 (그나저나 올해는 무슨무슨 기념해가 왤케 많은게지? ㄷㄷ

 체호프, 쥬네, 슈만, 쇼팽까지... 이러니 다 시시해보이잖아. 쳇)

영문과 출신임에도 문학에는 도통 무지했던 나로썬, 작년에 C선생님을 만난건 어찌보면 큰 행운이였을지 모른다. 덕분에 러시아문학 뿐 아니라, 고전 전반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낭만주의 셈나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해도 (영문학에서의) 낭만주의 원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 비단 블레이크와 바이런을 되찾은 것뿐 아니라, 영문학 나아가 문학 일반에 대한 시선 자체가 새로워졌다고 감히 자부하고 있다. ;;

 

 요 몇 일 집중하고 있는 텍스트는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이고, 이 책을 다 보고나면 스탕달의 '적과흑'을 훑을 예정. 그 후엔 토마스만과 프루스트, 그리고나서는 무조건 조이스 읽기 돌입! 무언가 두서 없고 국적을 넘나드는 계획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신이 난다. 게다가 당장 다음주부터는 카프카 장편 읽기가 시작되니, 뭐랄까.. 요사이 나는 문학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기분까지 드는 것이다. 시와 소설읽기라는 이 원초적인 기쁨에 이제라도 눈이 뜨인 것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이런 '나를 알아보고'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새로운 고전들을 출간해주시고 계시니, 로또라도 당첨된 듯 횡재한 기분까지 드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비평에 욕심을 내고 있긴 하나, 요새같아서는 그 어떤 목적없이 그냥 읽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웁다. 선택하는 책들 모두 경이롭기 그지 없어, 유레카라도 외치고 싶을 정도. '꿈높현시'같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문학이 있어 참 다행이다.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대책이 어디 있단 말인가. (ㅎ)

 

 

 

ps. 마지막 텍스트였던 '리곱스카야 공작부인'은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더니만, 책 상태가 자그만치 이 모양 이꼴.(ㅋ) 주문 후 받는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렸던 책인데다, 교환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놔두긴 했는데, 우습게도 보면 볼수록 애착이 가는 것이다.

 

그대는 말한다,

당신은 첫 페이지부터 파본인 가여운 책 한 권 같군요,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 심보선)

 

파본은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 싯귀때문에 가여워져서 교환할 수가 없는게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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