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1일 목요일

내 영혼의 숲속에 내리는 눈 혹은 절망을 위하여 / 문충성

 

 

겨울이 아닌데도 눈이 내립니다

자유를 주십니까 새하얗게

눈은 자유롭구나 하나로

눈 내리는 날 이 세상 골고루

새카만 눈이 있다면 캄캄한 세상

얼마나 덜 구차하겠습니까

젊은 날 즐거웠던 한잔 술의 덧없음이여

누구 탓 없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자유를 주십니까 공짜로

절대로 공짜가 아니신 하느님

형편없으신 나의 하느님

진흙투성이 은총 헤쳐내며

나의 눈물을 노래하게 하십시오

다시 한번

흙 속에 비쳐올 찬란한

내 모습을 보게 하십시오

싸구려 막국수집이거나

연구실이거나

택시ㆍ버스ㆍ자가용 넘쳐나는 빈 거리거나

새파란 교정이거나

강의실이거나

오늘도 내 절망 위로 눈이 내립니다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 문학과 지성사)

 

 

펼쳐두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