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집은 물,
새들의 집은 하늘,
내 집은 땅, 혹은 빈 배.
물고기는 강물 소리에 잠들고
새들은 달무리에서 잠들고
나는 땅이 식는 몸서리에 잠든다.
평생 눈 감지 못하는 물고기는
꿈속에서 두 눈 감고 깊이 잠들고
잠자는 새들의 꿈은 나무에 떨어져
달 없는 한밤에 잠든 나무를 깨운다.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내 집은 땅의 귀,
모든 소리가 모여서 노는
내 집은 땅의 땀,
물속에 녹아 있는
소금과 번민과 기쁨과 열 받기.
행복한 상징의 속살을 지나고
긴 산책에서 돌아오는
내 집은 땅, 지상의 배.
저항하는 지상의 파도에 흔들리는
내 집은 위험한 고기잡이배.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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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주팔자엔 '역마살'이라도 껴있는걸까? 어릴 때부터 유독 집 밖을 나돌았던 나는, 한 곳에 고여있기보다는, 이곳 저곳 부유하는 운명을 타고난 듯 했다. 나이 들고나서도, 마음이 조금만 허하다싶으면 무작정 떠나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었고, 실제로 실행하는 데 있어서도 (직장 빼고는) 큰 장애물이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정말 쉴 새없이 여행만 다닐 수 있었다. 언제나, 어디든 떠나고만 싶어했고, 돌아온 이후에는 아쉬움을 지우지 못해 다시 떠나곤 했다. 떠나지 못할 때면, 하다못해 시내에 호텔방이라도 잡아놓고, 기분만 내는 일도 잦았다. 심각한 여행중독이었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슬슬 체력에 한계가 온걸까? 30대에 들어서니, 집구석에 틀여박혀 쓸쓸히 음악이나 듣는 게 제일 편하다. 가끔 떠나보겠다고 호들갑을 떨긴하지만, 실제로 가는 경우도 드물고, 꼭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게 대부분일 뿐이다. 여름 휴가 계획을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글쎄? 갑사 근처에 여관방 하나 잡아두고, 책이나 읽고 올까봐.'라고 대답했지만, 막상 그 때가 오면 갑사까지 가기도 귀찮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 내 생활 전체가 뭔가 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나 왜 이런다니? "
라는 내 하소연에, 친구는 '니가 결혼할 때가 되서..' 란다. 도대체 노처녀는 무슨 고민을 상담해던지, 다 '결혼'문제로 귀결되는건가. ;; 그러거나 말거나. 여하튼 어느새 훌쩍 변해버린 내 일상의 습관들에 조금 많이 놀라는 중이다. 그동안 그렇게나 힙겹게 떠돌며 살았으니, 이젠 좀 느긋히 살 때도 되었지 싶다가도, 더이상 내 삶이 위험한 고기잡이배가 아닌 것에 약간은 서운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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