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비)
펼쳐두기..
그러니까,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비록 누군가가 사용하다 물려준 핸드폰이지만, '강아지 키우기'와 '장기두기의 재미'를 제법 선사하곤 하던 삼쏭 애모콜님께서 P모군의 소위 '가시달린 손'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과 3개월여만에 장렬히 사망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였다. 아니 어쩌면, '삼쏭을 생각한다'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관련 불매가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 주인의 존엄을 위해 애모콜은 스스로 자살한건지도 모르겠다.
급한 전화를 앞두고 세시간 가량을 '갑자기 사망한 핸드폰'과 씨름하던 P모군.. 결국 새 핸드폰을 장만하기로 결심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역시 '아이폰'. 그 아무리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된 고가의 기본요금제로 약정을 건다해도, 지금같은 시점에 국산 핸드폰을 고집하는 것보다야 아주 조금 더 의식있는 행위임에 틀림없어 보였기때문. 이에 은근히 주도면밀한 P모군, 미리 주변의 정보를 탐색하며 사전 조사까지 마쳐놓게 된다.
어쩌다보니, 토요일 반나절 가량을 숙대에서 명동까지 걸어다니며 구두쇼핑에 푹빠진 P모군. 어차피 이번주는 '쇼핑 주간으로 점철된 한 주'인 것같으니, 내일 당장 아이폰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문제는 옆에 있던 K모양... 평소 은근슬쩍 아이폰을 탐내던 그녀는 P모군의 아이폰 구매 계획을 듣자마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지름의 욕구에 온몸을 떨게된다. 결국 그녀, 스피노자의 '실체론'까지 거론하며, P모군에게 자신의 프라다폰에 대한 예의를 지킬수 있게 도와달라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핸드폰이 소비될 때마다, 저 먼곳 어딘가의 고릴라들이 죽어간다는 '동정에의 호소'까지 덧붙이는 설레발도 물론 잊지 않았다.
이윽고, 일요일 정오. 그들은 아이폰 전용 통신사 판매점인 종각 모 대리점으로 입장한다. '친구까지 함께 구매시키기'가 제1의 영업원칙이라 기재된 업장 메모판의 문구에 눈을 찡그리는 일 역시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가게 점원이 아이폰을 꺼내어 그들의 손에 쥐어주자마자.. 그 묵직하고 황홀한 그립감을 느끼자마자, K모양은 이때까지의 그 모든 다짐이 한낯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음을 깨닫는다. 장장 이틀간 떠들었던 그 위대한 철학들이 모두 소笑극이 되고야만 것. 결국 대리점을 나서던 그들의 손에는 각자의 아이폰이 쥐어져있었고, 이에 K모양은 아이폰을 품에 안은 채로 아이고를 외치며 하루종일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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