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야심차게(?) 예술론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를 사로잡았던 화두는 다름아닌 어떻게 하면 가난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시간과 돈이 넘칠때야, 이런거 저런거 의식하지 않고 펑펑 질러대며 소위 '문화생활'로 자위하는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내 인생이 쭈욱 그렇게 풀릴리가 없잖아?
가늘고 길게.. 소박하지만 내공있게.. 내 삶을 예술로 채우고 싶어진다. 그러자면, 스타플레이어 위주의 매스적인, 이때까지 반복해왔던 허영으로 꽉찬 패턴을 통째로 뒤엎어버릴 실마리가 절실해지는게다.
그래서 선택한 프로그램은 일단 두가지. 하나는 구로아트밸리에서 지속될 음악회이고, 다른 하나는 선재아트센터로 옮긴 인디포럼 상영회이다. 둘다 보통 마이너한게 아니라 찾는 이가 드문 까닭에, 한적진 걸 좋아하는 나로선 오히려 반가울 따름. 게다가 스케쥴이 비는 화요일에 진행된다는 점, 비용도 6~7천원 선이기에 부담이 없다. 올해는 아무리 몸이 힘들고 시간에 쫓기더라도, 이 두가지 행사에는 지속적으로 참석해볼 계획이다.
오늘 진행된 3월 음악회 테마는 봄맞이 모차르트였다. 개인적으로 짤스부르그 협주곡들 중 가장 선호하는 곡인 3번 콘체르토가 연주된다길래, 모처럼 두근두근하게 극장을 찾았다. 헌데, 이게 왠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입장하는데, 비올라 넘버2 자리에 다름아닌 예전 우리 선생님이 앉아계신다.ㄷㄷ 세상 참 좁다좁다해도 이렇게나 좁을 줄은 몰랐네.. 게다가 매우 앞쪽 자리로 예매했기에, 공연 내내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꽤 민망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은 모름지기 예의란걸 지키며 살아야하나보다.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게 인생이다.
인디포럼 상영회 역시 또다른 선생님께서 상주하는 곳이니, 이거 원. 어쩌다보니, 두 곳에서 꼬박꼬박 선생님들을 찾아뵙는 형상이 될 것 같다. 좀 더 싹싹하고 밝은 성격의 제자가 되면 참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고 면목이 없다. 이런 내 죄스러움을 하늘도 눈치챈건지, 분명 봄맞이 음악회였는데,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눈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걷다가, 떡볶이 2천원어치를 사먹고 귀가했다.(;;)
포만감과 죄책감. 이 두가지 어울리지 않는 감정들로, 오늘 밤의 나는 더욱더 가난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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