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5일 금요일

산문시1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

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

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

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

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

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

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

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

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

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

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

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억

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

일 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

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

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

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

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

란다.

 

(신동엽 전집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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