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황금 심장

 

 눈이 참으로 '씨알 굵게' 내린다.  퇴근길 생각에 앞이 캄캄...  점심시간만 해도 겨울 점퍼 입은 사람은 나 밖에 없어보여, 아주 쵸큼 민망했는데, 반나절 만에 날이 이렇게 변했으니 결국 탁월한 선택이였다 싶다. 봄 옷으로 멋부리는 것도 좋긴한데, 요새는 찬바람을 좀만 쐬도 뼛 속까지 시려와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니 어릴때. 다시말해 멋부릴 수 있을 때, 맘껏 멋을 부려봐야하는거다. 나이들면, 하고싶어도 못한다.

 

 지난 주, '체력의 진정한 바닥'을 경험한 후, 만만치 않은 부작용에 시달리는 중이다. 일단 부종이 너무 심해져, 양쪽 귀가 감각이 없는 상태. 손가락 발가락 할 것없이 모두 저릿저릿하다. 매일같이 생생톤 3병에 커피를 대여섯잔씩 들이켰으니, 카페인에 익숙해진 몸이 금단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수요일까지는 회복되야할텐데, 자꾸만 이렇게 골골대고 있으니 좀 창피하다.

 

 주말에는 P가 처음보는 와인과 맥주를 사가지고 왔는데, 제대로 한 잔도 못먹어보고 말그대로 기절해버렸다. (P의 표현대로라면) 무슨 '덩어리'마냥 바닥에 붙어 죽은 듯이 잠만 잤더랬다. 그래놓고는 밥 사주겠다고 비싼 식당 데려갔는데, 계산할 때 보니 지갑을 집에 놔두고 왔네... (;) 집까지 몇 번을 왔다갔다 하고 나서야, 간신히 커피집에 안착. 도착해서 커피 다 시켜놓고 보니, 콘센트 꽂는 데가 없으시다. (ㅜ)  이래저래 정신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보이는, 멍한 주말이었다. 초롱초롱, 좀 예쁘게 살고 싶은데, 자꾸만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아주 약간 슬퍼졌다.

 

 황사로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닐 영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아주 잠깐 환각 상태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더라. P가 요새 격하게 아끼시는 곡중 하나인, 'Heart of gold'가 플레잉될 때 특히 그랬다.

'아아- 그대는 이 곡의 가사가 무얼 뜻하는지, 과연 아시면서 내게 이렇게 틀어주는 건가요?'

궁금하지만 절대 묻지는 못할 질문들이 마음 한구석 가득히 피어난다.

 

온통 몽환적인 이미지들로 가득찬 일상이다.  남도에서는 동백이 지고 있었고... 오늘 밤은 눈보라를 뚫으며 집으로 가야하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로 몸이 아픈 중이고... 황금심장은 아이폰에서 무한 리플레잉중이다. 아아- 몽롱하고 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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